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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reza shayestehpour

5) THE HIEROPHANT 교황
37

                                                    
                                                               

이하루

“우리 간단한 증명하나 하지 않을래? 자 지금부터 숫자를 하나 떠올리는 거야! 그 수는 50보다 작은 2자리 수이고, 각 자리 수가 홀수로 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수를 쓰고 있어. 예를 들어 13도 되고 15, 19도 가능하지 11은 같은 수가 반복되니까 안 돼. 어때 하나 생각했어?“

“저기…….”

“혹시 37을 생각하지 않았어!? 그치?”

“어……. 그러긴 했는데…….”

“역시! 이걸 37포스라고 하는데 직관적인 영적 추론에 의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숫자로서…….”

“잠깐만 37. 그야 그 질문을 하는 게 37 너니까 그렇게 떠오른 게 아닐까?”

“음……. 생각하지 못했던 가설이야. 이름은 그저 이름,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너처럼 직관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어 37. 우리는 아직 동굴 속의 죄수니까 현상세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

37이라고 불린 그녀는 자신의 구불거리는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고민에 잠긴 듯 허공을 응시 했다. 그녀의 눈은 언제나 사람들과는 다른 어딘가를 바라보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고는 했다. 마치 저 구름 넘어 흘러가는 바람의 공식은 읽어내도 발 앞에 놓인 돌부리는 보지 못하는... 응? 돌부리?

“자, 잠깐 37!”

“응?”

급하게 소리쳐봤지만 이미 그녀의 발은 돌부리에 걸려 정지해 버렸고, 그로인해 신체의 무게중심은 기존의 위치인 두 발의 사이를 떠나 상체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었다.

즉 앞으로 대차게 넘어져버렸다.

“37!!!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오! 놀랐어! 발이 정지하면 머리는 사이클로이드 곡선처럼 움직이면서 땅이 접근하는 구나! 신장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까? 체중은? 땅의 재질에 따라서 혹은 그날의 습도나 기온에 따른 마찰계수의 변화가 차이를 만들어 낼까?”

37은 자신이 넘어진 것은 안중에도 없는지 앞으로 엎어진 그 모습 그대로 고개만 돌려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느 샌가 그녀는 자신에 손가락으로 모래사장에 여러 수식을 잔뜩 그렸다.

“그만 그만 입에 모래 들어갈라 이제 일어나자?”

“웅…….”

“잠깐만 37 너 다리에!”

소피아에게 손목을 붙잡혀 억지로 일으켜진 37의 무릎 아래로 붉은 얼룩이 번지고 있었다.

“의무실……. 의무실로 가자!!”

“응? 괜찮은데…….”

“괜찮지 않아!! 자 업혀!”

소피아는 37을 업고 의무실로 달려갔다. 37은 자신의 다리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통증 보다 소피아의 눈에 맺힌 눈물이 더욱 신경 쓰였다. 어째서 자신이 다친 것도 아니고 그저 내 현상세계의 항아리가 다친 것뿐인데, 이렇게 슬퍼하는 표정을 하는 걸까? 그 이유를 37은 의무실로 가는 동안 계속 증명하려 했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해답이 그리 쉽게 나오지 않았다.

“다행이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네요. 응급처치는 해서 흉지지는 않겠지만 한동안은 움직이지 말고 쉬면서 안정을 취하세요. 통증은 아직 있나요? 요정하나 더 드릴 까요?”

“아니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누구와는 다르게 의젓한 분이군요. 그래도 다시 상처가 벌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해요.”

갈색머리의 의사는 요정이 담긴 통을 잠그곤, 자신의 교정기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이윽고 그녀가 나간 뒤, 마도학이 담긴 붕대가 신기한지 계속 만지작거리려는 37의 손을 방해하며 소피아는 말했다.

“정말 괜찮아? 아프지는 않고?”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데 소피아……. 이건 그저 순환소수의 한부분과 같아. 결국 또 원래대로 돌아 올 텐데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는 거야?”

“…….37 너는 내가 다쳐도 아무렇지 않아?”

“음……. 일정부분이 손실된다고 해도 결국 소피아를 정의하는 부분은 헌상세계가 아닌 영적인 연결로 되어있으니까, 괜찮아 걱정하지 마 소피아! 네 존재가 손상되거나 소실되지는 않을 거야!”

“그렇구나……. 역시 37은 다르구나”

“달라? 내가?”

37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순수한 의문을 표정의 띄웠다.

“그야 다르지! 우리는 숫자가 다르잖아? 모든 사람은 숫자가 다 달라! 그러니 우리도 다른 게 당연해!”

눈을 반짝이며 말한 37은 자신의 방금 논리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며 여러 근거를 통해 증명을 해나갔다.

“그래 알았어. 난 가볼게. 푹 쉬고.”

“어? 아직 증명 안 끝났…….”

소피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이내 등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왜……. 선분이지…….?”

소피아가 나간 방문을 바라보며 37은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쓱 하고 일직선으로 그었다. 하나. 둘. 셋. 선과 선은 만나 각도가 되고 각도와 각도가 모여 면적을 만든다. 면적이 있기에 안정을 가진다.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는 삼각형은 그렇기에 단단하고 진리에 가깝게 닿아있다. 하지만 무게중심부터 벌어져 버린다면, 선의 중심이 부러진다면. 37은 손가락으로 만든 삼각형을 펼쳤다. 그곳에는 이제 선 하나 만이 남았다. 면적도, 각도도 없는 그저 선분 하나만이.

“어이! 널 위해 이 해적님이 특별히 골라온 원두를 볼래?! 어? 너……. 우냐?!”

“울어…….? 내가…….?”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흐른 뒤, 37은 방금 상황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너 바보냐?”

“바보라니!”

“수식의 답은 그렇게 잘 보면서 왜 사람의 기분은 그렇게 못 보냐?”

“그렇지만……. 계속해서 답이 바뀌는 수식은 본적이 없는 걸…….”

선글라스를 낀 해적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37의 말을 들으며 이마를 짚었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레굴루스의 복잡한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37은 계속 정체불명의 수식을 중얼거리면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왜 꼭 답이 있어야해?”

“그야 세계의 모든 것은 수로 이루어져 있고, 나는 그걸 읽을 수 있어. 그러니 답을 찾아야지”

“다른 사람의 수를 읽는 것처럼?”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그 사람의 숫자가 아닌 그 사람 그대로를 본적은 있어?”

“사람……. 그대로? 그렇지만 숫자가 그 사람을 말해주는 걸?”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정의하지 말고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려 해본 적은?”

“입체적으로…….”

“매번 진리라는 말로 너는 사람을 내려다보며 정의하고 가르침을 내리지. 안 그래? 아페이론의 대단한 사제님?”

정곡을 찌르는 레굴루스의 말에 37은 자신을 되돌아 봤다. 아페이론의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좋아했다. 예전부터 당연한 듯 진리를 엿볼 수 있던 그는 그지 식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전파하며 공유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며,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도 그랬는가?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가르침이 과연 도움이 되었는가? 그저 나도 모르게 남들 위에 서서 가르침을 내릴 뿐인……. 그런 존재가 되어버려서 정작 그들을 바라보지는 못했던 것 아닌가?

“…….오히려 아무 것도 모르는 건 나였을지도 몰라”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구만? 맞아 너는 섬 속의 개구리인거야!”

“나는 개구리가 아니야.”

“아직 다는 안 통하는 구만.”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고민할 필요 있어? 그냥 해보는 거지. 어짜피 삶의 대부분은 원래 모른 채로 하는 일이라고”

“그렇구나……. 알았어! 나 소피아에게 다녀올게!”

벌떡 일어나 달려 나가는 37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레굴루스는 자신의 손에 들린 커피콩 병을 살짝 흔들어 보았다.

“칫 놀리려고 했는데 아쉽네…….”

한적한 바닷가 그곳에는 소피아가 거품이 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37의 잘못이 아닌데……. 심술을 부려 버렸네…….’

언제나 망설이지 않고 반짝이며 자신의 답을 확신 있게 찾는 37이 부럽기도 하면서, 그렇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 37의 눈에 자신이 보이기는 할까. 너무나도 뛰어난 그녀의 눈에 자신은 너무 한심하고 멍청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그런 고민들이 파도와 함께 밀려오고 있었다.

“소피아!!!!”

“37…….?! 어떻게 여기를?”

“소피아의 삼각형이 마름모를 채워서 가는 방향을 벡터로 그리면……. 아니 이게 아니야! 소피아 나는 소피아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야기??”

“매번……. 매번 나는 가르침만 주려고 하고 정작 소피아를 보려고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에게 소피아를 가르쳐줬으면 좋겠어!”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37?”

“눈 앞 친구의 마음도 모르면서 진리를 찾아봐야……. 나는 소피아가 슬퍼하는 건 실어. 하지만 나는 현상세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해. 그러니……. 소피아. 내가 영적세계를 알려주었던 것처럼 소피아가 나에게 현상세계를 알려주지 않을래?”

37은 소피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바다의 색을 닮은 눈에는 자그마한 눈물이 배어나왔다.

“가르침을 내리는 그런 존재로서 모두와 멀어지는 건 싫어……. 나도 버틴, 레굴루스, 210, 6 그리고 소피아. 모두와 같이 걸으면서 같이 보고 싶어”

모두에게 진리를 설파하며 위에서 모두를 내려다보던 사제가 사라진 자리엔 그저 모두와 이야기하고 모두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모두와 웃을 수 있는 한명의 사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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