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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reza shayestehpour

18) THE MOON 달
드루비스

                                                    
                                                                 

 숲은 언제나 일렁이고 있다. 재잘대는 동물들의 지저귐과 바람에 나부끼는 이파리들의 노랫소리, 푸릇하게 틔워내는 여린 잎들의 향연이 잇따르는 곳. 곧게 뻗은 나뭇가지들은 제각각 얽혀 기하학적 우아함을 자랑하듯 손을 흔든다. 싱그럽게 이슬 맺힌 풀밭에 발을 스치면 마치 다른 차원의 아름다운 신세계, 즉 '다른 세계'에 발을 내딛는 것과도 같은 감각이 밀려온다.

 이토록 아름다운 숲에 어찌 마음을 맡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처와 굳은살로 뒤덮인 발을 이끌고 밟은 흙은 지독히도 보드라웠다.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기듯 포근히 그리고 안락하게, 그녀는 참나무에 기댔다. 싱그러운 초목들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향긋한 참나무 껍질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온갖 기계와 기술들이 넘실대는 1920년대, 사람들은 과학으로 모든 것을 가능케 했고 또한 밤새 울려 퍼지는 재즈 음악에 몸을 실었다. 그녀의 부모 또한 주가가 치솟을수록 나무의 훌륭함에 관해 더욱 열심히 떠들어댔다. 하루가 십 분처럼 풍경은 빠르게 바뀌어 갔고 세계는 점점 수직선으로 들어찼다. 물론 그녀도 그 안에 있었다. 꽉 끼는 좁은 드레스, 그리고 무너질 듯 위태로운 하이힐과 함께. 세계는 그녀에게 엇박자의 춤을 추게 하였다.

 그러나 어린 소녀에게 유흥과 환락의 파티는 맞지 않았다. 소녀는 가식으로 뒤덮인 춤을 출 줄 몰랐다. 그녀는 도망쳤다. 숲으로, 나의 아름다운 숲으로, 아무도 나를 아프게 하지 않고 무엇도 나를 두렵게 하지 않을⋯⋯

 그리고 마침내 당도한 그 숲은 가히 유토피아와도 같았다. 신경질적으로 왱그랑대는 심벌즈 소리도, 골이 울리도록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말소리도, 깨질 듯한 강도로 맞부딪힌 와인 잔 소리도 그곳엔 없었다. 나뭇가지 끝을 스치는 바람 소리만이 귀를 간질였고 휘영청 밝은 달빛이 새까만 밤의 융단을 가로질렀다. 그녀는 그 아름다운 숲의 절경으로 기꺼이 뛰어들었다. 움직임을 막으려 드는 옷가지가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전혀 상관없었다. 빽빽하고 건조한 건물들 대신 무작위한 무늬로 제각기 뻗은 나무들 사이를 그녀는 내달렸다. 드레스와 구두로는 그녀가 숲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심장이 떨리도록 시린 숨을 들이켜자 곧, 불타버린 숲이 재생하듯이, 보이지 않는 힘이 혈관을 타고 전율했다. 아아, 온전히 내 것인 자유! 이 아름다운 숲! 그녀는 경탄했다. 생명의 어머니와도 같은 이곳을, 만물이 움트는 이곳을, 나는 사랑하지 않고서야 못 배길 것이리라. 그녀는 마치 들짐승이라도 된 듯이 발길이 가는 대로 뛰었다. 그리고 흥분과 기쁨으로 가득 찬 환호를 내질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녀는 그 누구보다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이미 숲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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