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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reza shayestehpour

17) THE STAR 별
보이저

                                                    
                                                                

ㅁi쁘

<별에서 태어난 소녀>

 

 

별에서 태어난 소녀는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그 작은 원판을 손가락으로 굴려도 보고, 콕콕 찔러도 보고, 코에도 살짝 얹어 균형을 맞춰보기도 했다. 누가 본다면 원판이 닳아 없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새겨진 글씨를 손가락으로 따라서 읽고 또 읽었다. 그 외에 딱히 할 일은 없었다. 광활한 우주에는 소녀와 원판, 그리고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별들만이 있을 뿐이었기 때문에, 시간은 많았다.

 

“야옹~”

소녀는 살짝 키득거렸다. 귀여운 소리이다. 잘 모르는, 본 적도 없는 누군가로부터 소개된 작은 소리가 소녀의 입가에 머무르다 부서지듯 희미해졌다. 살짝 쓸쓸해진 소녀는 한 번 더 야옹, 하고 소리내어 보았다. 입가를 떠난 공기의 울림은 역시나 희미해지고 사라져 버렸다. 우주에서는 어떤 무엇도 지속되지 않는다. 소녀는 다시 원판을 만지작거렸다.

 

원판과 그 원판을 담은 기계장치는 얼마 전 갑자기 소녀의 앞에 나타났다. 날아왔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할까? 알 수 없는 금속 덩어리는 멀리서부터 와서 외로운 소녀의 곁에 머물러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금속 덩어리가 아니었다. 그 원판은, 멀리에 사는 누군가의 인사, 그들의 편지였다. 저 멀리, 자세히 바라보아야만 보이는 작고 예쁜 파란 점. 평생 혼자로 살아오던 삶에, 푸른 행성에 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들은 최초의 친구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에서부터, 그들의 인사말, 언어, 문화, 그리고 음악… 소녀가 한 번도 알지 못했던 커다란 세상이 텅 빈 줄만 알았던 우주 속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새로운 푸른 별, 지구는 소녀에게 어색했다. 인간들은, 소녀의 덩치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고 귀여운 생명체였다. 그들의 문화도 생소했다. 생일? 학교? 옷? 알지 못하는,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지구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기에,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흉내냈다. 그들처럼 생일을 만들었고, 그들이 입는 옷을 만들어 내었다. 누군가가 말을 걸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자신이 있었다. 완벽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소녀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길거리는 암울했고, 칙칙한 회색빛을 띄었다. 우주에서는 그렇게 반짝거리던 푸른 행성이, 전혀 반짝거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불행했고, 남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소녀는 울적해졌다. 이 행성에는, 그녀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이가 없었던 걸까? 그 때, 멀리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음악 소리. 골목 구석에서 처음 듣는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들어간 작은 악기 가게에는 가게 주인 혼자만이 있었다. 눈을 감고 악기를 연주하던 가게 주인은 인기척을 느끼자, 악기를 조심히 내려놓고 소녀에게 물었다.

“혹시 뭐 찾는 것 있니?”

소녀의 눈이 가게 주인이 연주하고 있던 악기를 향했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먼 우주에서 그녀를 향해 보내왔던 원반에서 그 음악을 보았다. 그 악기의 이름은 분명…

“...바이올린.”

가게 주인은 눈을 크게 떴다.

“이 바이올린? 혹시 연주할 줄 아니?”

소녀는 수줍게 고개를 저었다. 가게 주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녀의 팔에 악기를 안겨 주었다.

“자, 이렇게 하는 거야.”

가게 주인이 가르쳐 준 대로 손을 움직이자, 어색하지만 익숙한 떨림의 음이 흘러나왔다. 마치 악기가 숨을 쉬는 것처럼, 소녀와 바이올린은 하나가 되었다. 아름다운 편안함이었다.

 

그렇게 얼마 동안, 상냥한 가게 주인은 소녀에게 그 작은 악기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가게 주인은 그녀가 악기에 재능이 있다고 말하며, 연신 감탄하며 그녀의 연주를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악기점의 창 밖의 하늘은 어느덧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소녀는 가게 주인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바이올린을 돌려주었다. 그러나, 가게 주인은 소녀에게 그 악기를 도로 건네었다.

“이 바이올린, 네가 가지는 게 좋겠어.”

“...?”

가게 주인은 슬픈 빛을 띈 눈으로 살짝 미소지었다.

“너만한 딸이 있었어. 바이올린 연주를 아주 좋아했었는데…”

소녀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들어 줄 뿐이었다.

“고맙다.”

소녀도 가게 주인을 바라보며 살짝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도시의 하늘은 마치 물감으로 칠한 것 같이 아름다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거리에는 장식처럼 가로등이 반짝이며 켜져 있었다. 소녀는 길거리의 메마른 사람들은 살펴 보았다.

 

조심스럽게 어깨에 걸친 악기를 연주해 보았다. 활의 실과 악기의 실이 마찰하며 길고 가느라단 실과 같은 소리를 뽑아낸다. 손을 움직일수록 소리의 실은 길게 뻗어나와 부드러운 비단을 하늘에 울려퍼지게 한다. 모두가 그녀를 바라본다. 더 이상의 혐오는 없다. 이 순간만큼은 더 이상의 불화도, 전쟁도, 비난도 없다. 모두가 음악으로 하나로 이어진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

별에서 태어난 소녀는 눈을 살포시 뜨고 악기를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모두들, 안녕?

내 이름은 보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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